강원도 영월군 삼방산 얼음동굴 탐험 [EP01]
FPV Adventors
Adventure Log
동굴 탐험에 대한 소회
Epilogue 음침한 분위기와 차가운 바람이 우리의 감각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동굴을 빠져나오는 순간, 그 전까지의 음침함은 사라지고,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몸 전체를 감쌌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몇줄기의 햇빛은 사방에서 내리쬐던 공활한 태양보다 내게 더 큰 의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나는 추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고 내면의 어둠을 통과한 후에야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
글, 사진 익스플로듀서
마을 주변 🕑
🔓 01 배추밭을 가로지르다
Prologue 서울에서 차를 타고 3시간 남짓을 달려 도착한 영월군 효자열녀 마을 회관. 이곳에 차를 주차하고 시냇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머지 않은 곳에 얼음굴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였다. 그러나 팻말의 화살표는 비닐하우스를 가리키고 있었고, 그곳은 개인 사유지라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몇분을 망설이다 과감하게 배추밭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들판을 지나 200여미터 나아가자 삼방산으로 오르는 오솔길의 초입에 다다를수 있었다.
삼방산 오솔길 🕝
🔓 02 두갈래길의 선택
오솔길로 접어들자 두갈래 길이 나타났다. 나는 잠시 멈춰 생각에 잠긴후 손가락으로 오른쪽 방향을 가리키며 등산로를 택했다.
반면 어드벤터 효인은 왼쪽의 넝쿨 숲을 헤쳐 나아갔다. 그는 남들이 가지 않는 평탄하지 않은 길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길가에 떨어진 커다란 솔방울이 내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이렇게 큰 솔방울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잠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나는 솔방울을 주워 던지며 외쳤다. “Fire in the hole!”
그때 효인이 다가와 말했다. “가시 넝쿨이 많아서 조심해야 되요.” 그는 넝쿨숲을 헤치고 나온 뒤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가 가파른 언덕을 가리키더니 말했다. “이쪽 방향으로 올라가야 될거 같아요”
그 말에 우리는 함께 가파르고 미끄러운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흑모래가 부서져 흘러 내리고 일부는 신발 속으로 파고들었다. 가파른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숨을 가다듬고 서로를 격려하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동굴 발견 🕒
🔓 03 얼음굴을 발견하다
어느새, 높은 산등선을 따라 걸어가다 보니, 갑자기 큰 절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동굴 입구로 다가서자 차갑고 어두운 공기가 내 뺨을 스치자 음산한 기분이 들었다.
탐사하기 전 조금의 휴식이 필요했다. 나는 우리가 올라온 길을 바라보며 포장지를 뜯어 초코바를 한입 베어 물었다. 땀을 흘리며 힘든 등반을 한 뒤라 그런지 트윅스의 단맛은 더욱 달콤했고 도파민은 급상승하는 것만 같았다.
동굴 속으로 🕞
🔓 04 얼음굴을 탐험하다
어둠이 우릴 부르는것만 같아 더 이상 지체할수 없었다. 가파른 동굴 입구로 내달렸다.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기를…
동굴은 늘 공포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동굴 하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정체 모를 괴생명체가 뒤에서 습격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흔한 영화의 클리셰처럼 알고도 속는 그러한 장면을 연출할 의도는 없었지만 역시나 뒤를 안돌아볼 수가 없다.
효인이 발을 잘못디뎌 미끄러져 중심을 잡기위해 팔을 벌렸다. 그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 처럼 보였다.
동굴 모퉁이에 인공 철조망이 있다는 것이 소름끼쳤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곳으로 들어가면 열흘이 지나야 다른 산어귀 어딘가에 도달한다고 한다. 라이트를 비춰도 끝이 보이지 않아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입구를 찾았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곰과 조우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곰을 마주치진 않았으나 의문의 알 하나를 발견했다. 새의 알 같은데 깨진 흔적이 보이지 않았지만 안은 비어 있었다. 엄마새는 어디로 갔을까?
의문의 알을 뒤로한체 조심스레 더 깊고 어두운 내부로 들어 왔지만 더 이상 갈수가 없었다. 암벽 전문가가 아닌 이상 말이다.
앞만 보고 가다가는 뒤따라오는 동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수시로 잘 체크해야 한다.
또 다른 입구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통과할 수 있을거같아. 도전을 늘 재미있어. 그것이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냐는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아. 두려움은 늘 자신안에 있어.’
‘왜 이런 곳에 고무호스와 주사기가 있을까. 이곳에 사람이 살았던 걸까. 샤머니즘의 흔적 같기도 하고… 주변이 물이 흐른 흔적이 있는 걸로 봐선 누군가가 물을 담아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이곳에 버려둔거 같아.’
‘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있는걸 보니 여기 위에 샘물이 있는거같아. 참고로 동굴에 고여 있는 물은 함부로 마시면 안돼. 수천억 마리의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드글거리거든. 이 안에 내벽은 온통 검게 그슬려 있어. 무언가를 태운 흔적 같기도 하고…’
이 동굴은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3개 있고 드나들지 못하는 통로 1개가 있다. 드나들 수 있는 통로 안에는 또 다른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2개 있고 진입할 수 없는 통로가 3개 있다. 탐사장비를 챙겨서 온다면 진입할 수 없는 통로로 들어가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이전엔 많은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겠다.
삼방산에서 내려오는 길 🕓
🔓 05 동굴 탐험을 마치며
재소자들이 이런 말을 한다. 평범한 일상이 너무나 그립고 소중한 걸 알게 되었다고. 사람들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모른 채 살아가곤 한다. 오늘의 도전과 모험은 반복된 일상과 매너리즘에 갇혀버린 나 자신의 도약과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운전을 하다보면 처음 출발할때 5분, 그리고 도착전 5분에 접촉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산을 오를땐 덤벙대서 다치고 하산 할땐 방심해서 다친다.
동굴을 뒤로한채 바라본 자연의 풍경. 산 중턱에서 바라본 저 멀리 보이는 산과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나무들은 마치 은하수를 닮은 자작나무 같아 보였다. 그리고 나는 문득 이곳에 밤나무가 한그루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들었다.
가을철 산행이 위험한 이유는 미끄러운 낙엽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무서운것은 낙엽 아래로 뭐가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뾰족한 바위가 있을수도 있고 움푹파인 구멍이 있을수도있다. 그래서 더욱이 조심해야 한다.
오늘의 여정 끝에 도달한 이곳에서 잠시 멈추어 섰다. 황혼의 노을 가득한 하늘에 구름들이 흩어진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다. 높은 산들의 실루엣, 평화로운 농촌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가슴이 뛰었다. 나는 밭둑길을 따라 걸으면서 지나온 모든 순간들을 되돌아보았다.
ShineWay October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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