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영화 스토커 리뷰 및 해석

영화 스토커 포스터 이미지


스토커 이야기 PART 1 <인디아 시점>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주인공 인디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물건이 먼저 눈에 띈다. 왼쪽에 위치한 신발, 피아노, 포장지는 삼촌(찰리)로부터 이어지는 인디아의 외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도구이다. 영화는 U 변곡점에서 시작하여 친부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알에서 깨어나는 인디아의 변화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인디아는 맹금류인 독수리처럼 사냥 본능을 찾아 회귀하게 된다.


작거나 멀어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수 있어요. 스크린샷

“작거나 멀어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인디아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본성을 이야기 한다. 그녀는 이를 통해 자신의 운명을 암시하며, 멀리 있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맹금류인 매나 독수리로 자신을 비유하고 있다.


마당의 커다란 돌들

인트로에 등장하는 장면 중 저택 앞에 있는 조형물 (둥근돌 = 새의 알)을 상징한다. 인디아는 이제 막 알에서 부화한 흰색 털의 독수리 새끼로 묘사된다.


책상위에 삶을 계란을 놓고, 짓눌러 으스깨고 있는 인디아

친부의 장례식 이후, 주방에서 삶은 계란을 바닥에 대고 짓누르는 인디아의 모습은 그녀가 스스로 알을 깨트리며 변화하는 자아를 표상하고 있다.


대문 펜스에 걸려 있는 노란우산
노란우산을 들고 있는 찰리와 집을 나서고 있는 인디아
노란 리본에 의해 묶여있는 선물 상자
노란 리본에 묶여있는 시든 꽃다발

인디아와 삼촌(찰리)의 관계를 정의할 때 후반부에도 여러 번 등장하지만 노란색 리본은 찰리의 성향을 의미한다. 포근하고 따듯해 보이지만 노란색은 외로움, 질투, 결핍을 상징한다.


원색 자켓을 입고 있는 찰리, 그리고 그를 바라보고 있는 이블린.

장례식 때 모든 사람들은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지만, 인디아의 삼촌 찰리는 혼자서만 원색 계열의 재킷을 걸치고 있다. 은연중 찰리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침대에 누워있는 인디아,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신발들

인디아는 어릴 적부터 신었던 신발을 항상 간직하고 있었다. 이 신발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인디아를 U자형으로 둘러싸고 있으며, 이는 영화 포스터와 완벽하게 오버랩된다. 이 구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며, 이는 인디아의 성장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부화, 성장, 그리고 결국 자유를 얻는 인디아의 성장 과정을 함축하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찰리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인디아

인디아와 삼촌(찰리)의 1:1 대면이 이뤄진 계단에서는 이 두 인물의 정체성을 살펴볼 수 있다. 찰리가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서 나타난 인디아에게 당혹스러움을 묻는 장면에서, 인디아는 그저 삼촌의 존재를 몰랐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찰리는 단순히 인디아가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서 올려다보고 있으므로 그녀가 당혹스러워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찰리의 행동이나 말은 온전한 ‘본성’ 에서 나오고 인디아는 아직 인간에서 못 벗어난 맹금류라 할 수 있다.


인디아의 구두에 거미

피아노를 치는 인디아의 모습에서 거미가 신발을 타고 올라가 치마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그녀가 아직 미성숙한 인간임을 상징하고 있다. 이 장면은 성적인 표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거미가 인디아의 몸속에서 나오는 시점을 고려할 때, 이는 성적인 의미로 해석되기에는 일관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결국 강조하고자 하는 ‘성숙한’ 인디아의 존재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성적이거나 미적으로 완숙한 단계에 이른 존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겉으로 포장되는 도구에 불과할 뿐. 이 영화는 절대적인 고유한 정체성과 강인한 생존력을 가진 맹금류와 같은 존재로서의 인디아를 명시하고자 한다.

<이 점이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핵심 포인트!>



인디아가 먹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는 찰리
고기를 다 먹고 야채만 남긴 인디아

육류만 섭취하고 채소만 남기는 인디아의 모습에서 맹금류의 식성이 엿보인다. 그런 모습에서 인디아에게 더욱 다가가는 리차드

(여기서 말하는 다가감은 Attract가 아닌 Close다)


아이스크림을 먹겠냐고 묻는 찰리
아니라고 대답하는 인디아

식사 후 찰리는 인디아에게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권하지만, 그녀는 거절한다. 이 시퀀스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인디아는 이미 지하 냉동고 안에 실종된 보모의 시체가 얼려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 찰리는 인디아가 지하 냉동고에 자주 출입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본성을 깨우기 위해 시체의 위치를 알려준다. 이는 마치 어미새가 새끼에게 사냥감을 가져오는 다큐멘터리 장면을 연상케 한다다. 놀라고 당황할 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디아는 찰리 앞에서 냉정하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고모1
고모2
고모3
고모4
고모5

인디아의 집에서 놀러 왔던 고모가 찰리에게 쫓겨나 인근 모텔에서 머무는 동안, 독수리의 생태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TV에서 방영되고 있다. 이는 영화의 일관된 주제를 표현하고 있으며, 고모의 운명을 암시하는 중요한 플롯 요소다.


얼음창고에 갖힌 고모
노란색 연필 뭉치와 음표

인디아는 점점 삼촌의 본성과 취향을 회복하게 되고 노란색 연필 은 어느새 흉기 도구가 되어버린다.

<인디아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지점>


커튼 사이로 훔쳐보는 인디아
키스하는 찰리

엄마를 유혹하는 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한 것은 그의 교육지책이다. 인디아는 삼촌으로부터 본성적인 매력을, 아버지로부터는 이성적인 인내심을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준경으로 바라보는 호수가에 유영하는 오리
인디아의 눈
인디아의 한쪽 눈
방아쇠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초점과 방향이 다르다. 한쪽 눈은 감성적인 자신을 오른쪽 눈은 본성적인 존재임을 표상한다. (의도치 않게 연출된 장면일 수도 있다)


찰리의 모래성과 노란 깃발

찰리의 유년 시절부터 반복적으로 노란색 깃발. 노란색이 등장하는 장면이 이어진 후에는 항상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흰색 구두와 힐
힐을 신고 있는 인디아
턱선을 내보이는 인디아

찰리가 계단을 올라와 자신보다 높은 곳에 있는 인디아에게 가죽 구두를 선물하는 행위는, 그녀의 여성으로서의 성숙을 축하한다기보다는, 이제 이 둥지를 떠날 시간이 왔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구두의 힐은 맹금류의 발톱을 상징하고, 뱀 가죽은 발로 뱀을 움켜잡은 모습을 형상화한다.


인디아와 찰리

이때 인디아의 엄마인 이블린이 이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자신의 딸과 찰리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임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블린은 찰리가 자신의 딸을 유혹하기 위해 온 것이라 착각하는데…


불타고 있는 박제 매
화가난 이블린 얼굴

이블린은 죽은 남편이 사냥하여 잡은 독수리의 박제 모형을 자신의 앞마당에서 불에 태워 버린다. 남편과 자신의 혈육인 인디아와 찰리와의 완전한 결별을 상징한다.


피아노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찰리
피아노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인디아

이 장면은 인디아가 찰리의 페르소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까지도 관객에게 의심과 착각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총을 들고 사냥하려는 인디아 부모
호숫가에서 날으는 오리
구멍난 창문
라이플 총을 쏜 인디아
마당의 큰 둥근돌

인디아는 새 알 과 같은 돌 밑에 찰리의 시체를 묻어두고 마침내 둥지를 떠난다. 앞서도 언급한 영화 포스터는 이 영화의 전체 줄거리를 시사하는 이정표와 같다.


보안관의 선글라스에 비치는 인디아 얼굴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관객이 찰리의 시선과 눈높이에 따라가게 되면 인디아에게 사냥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것에 있다. 섹슈얼리티의 관점을 따라가게 되면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의미 있는 장면과 미장센을 대부분 놓치게 된다. 찰리는 자신의 사냥법을 인디아에게 모두 전수하지만 인디아는 그러한 삼촌의 YELLOW와 결별을 하고 그 위에 자신만의 색상을 뿌리게 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에 마침표를 찍는다.


노란색의 중앙분리선과 피

찰리는 이블린과 인디아를 유혹하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 날아들어온 여타 잡식 동식물을 (까마귀 = 검정색 옷을 입고 있는 이블린, 고모, 보모 등)을 내 쫓아내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 형을 비롯, 자신보다 연약한 둥지의 형제들과 그 주변의 모든 침입자를 제거하기에 이른다. 실제로 독수리나 자연 생태계의 매들은 둥지에서 알에서 먼저 깨어난 첫째가 둘째나 셋째의 머리를 쪼아서 둥지 밖으로 내쫓거나 절벽에서 떨어트리는 경우가 많은데 어미는 첫째의 그런 행위를 만류하지도 않고 둘째를 보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족한 먹이를 나눠먹다 보면 모두가 생존하지 못한다는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조준경을 들여다보는 인디아
피로 물든 흰꽃

인디아도 마찬가지 삼촌과 떠나길 거부하고 삼촌을 죽이고 혼자서 둥지를 떠나게 됨으로써 자신이 스토커가의 유일한 존재임을 드러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