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 날의 빗속에서

가로등이 말했다

나는 먼지에 불과하니
가슴에 드리운 
그림자를 펼치라고
그럼 너도 나처럼 
이곳에 서 있을 수 있다고

그러자 길가에 핀 주마등이
빗물에 젖은 자화상 위로
바람에 흩날리는 재에게
어서 내려오라 재촉한다.

그러자 나무 아래로
작은 빛 구슬들이 
속삭이듯 내려와
나를 밝혀주는 
어둠이 되어준다면
오솔길이 되어줄테니 
다가오라 손짓한다

들켜버린걸까
이미 그을린 나의 마음을…

빗속의 봄날에서


– 익스플로듀서 J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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